풍경

우중산책

그대로인것을 2010. 8. 29. 18:28

8.29(일) 일주일 내내 비가 오락가락한다. 태국의 스콜같이 집중적으로 소나기가 쏟아졌다 멈추기도 하고 질질질 계속 내리기도 한다. 하루종일 온다. 오후 4시쯤 비가 잠깐 멈추고 습기를 머금은 안개가 산위로 올라간다. 가끔 동네 골목길 순례^^를 하는데, 오늘은 아이들이 좋아해 가끔 가는 오리고기 음식점 옆길이 궁금하다.(길이 나있는 숲 중간쯤에 음식점이 있다)그길이 산길로 어케 연결되었는지 궁금하다. 카메라와 삼각대 우산을 챙겨 나간다. 가운데로 난길을 따라 올라가니 음료회사 창고, 재활용창고, 음식점 등이 있다. 집들이 답답할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서울의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손꼽힐만 하겠다.

음식점이 끝나고 길이 사라진 곳에 어느 집안의 묘인지 벌초가 잘 되어있다. 아주 최근에 했는지 바닥에 깎인 잔디가 많이 흩어져 있다. 산길을 들어설까 말까 갈등하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소리에 홀려 들어선다.

정상 등산로는 아닌것 같다.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별로 없다. 질척질척 깔끔하지가 않다. 요즘 산에 가면 상수리나무가 거의 똑같은 크기로, 아주 날렵한 칼로 잘린듯한 가지가 땅에 많이 떨어져있다. 가지엔 영락없이 도토리 열매가 있다. 바로 '도토리거위벌레'의 짓이다. 바닥에 널려있는게 거의 상수리 나무 가지다. 올핸 유난히 심하다. 숲길로 들어서자 마자 바닥이 상수리 가지로 덮혀있어 사진을 찍는 순간 모기가 내 살을 포식한다. 순간 몇십방 물렸다. 음식점과 연결된 개울, 습지로 산모기 천국인 것 같다. 잘못 들어섰다.

 

도토리 거위벌레는 도토리에다 구멍을 뚫고 수십개의 알을 낳은 다음 끈끈한 액으로 막고는 가지를 잘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도토리 거위 벌레는 참나무과 나무의 나쁜 해충으로도 알려져 있다.

 

박재동 화백이 그린 토토리 거위벌레


수락산에있는 많은 상수리나무는 베어져 있다. 상수리나무가지 마름병?이 유행하여 예방차원에서인지 밑둥까지 잘려있고, 밑둥은 파란비닐로 덮여있다. 상수리 나무의 수난이다.

 

불암산 정상으로 안개가 올라간다. 아파트 뒤로 자연 폭포가 멋지다. 당겨보았다. 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비 많이 오면 겁먹겠다. 다시 비가 내린다. 상계역으로 전철이 교차되는 광경이 우연히 목격되었다. 전철의 속도감을 찍으려고 삼각대를 설치하는데 비가 굵어진다. 삼각대를 설치한 곳이 설악산의 흔들바위처럼 생긴 곳이다. 바위에 올라서는데 섬짓하다 흐흐. 다음 전철을 기다리기엔 빗줄기가 굵다.

멀리 안개에 쌓인 북한산을 찍고 서둘러 하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