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절을보다4. 흥국사(남양주시 별내면)

그대로인것을 2010. 8. 23. 10:39

도솔암

2010.8.22(일)늦은 아침을 먹고 주방 창가에 서니 바람이 아주 좋다. 때늦은 열대야로 34도가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요즘,이게 웬바람이냐!. 그 바람을 맞으러 엎어지면 코닿을 곳 수락산을 간다.오늘은 흥국사를 가보자. 간단하게 요기할 부침개,참외,복숭아,물을 챙겼다. 귀임봉 조금지나 앞을 보니 도솔암이 반긴다. 내가 다니는 길 이정표가 되어주는 도솔암. 그런데 도솔암을 가려면 약간 짜증이 나는 길을 가야만 한다. 겨울엔 쥐약이다. 1년내내 물기가 있는 바윗길이다.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관리공단에서 어케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50분쯤 걷고 좀 쉰다. 종바위, 코끼리바위, 철모바위가 보인다.

 

도솔암에서 덕릉고개쪽으로 내려와 흥국사 이정표 쪽으로 한참 내려와 이쯤이면 절이 보이겠구나 했는데 느닷없이 산을 깎아 터를 닦아놓은 곳이 보이고 그 바로 위에 이런 불상이 놓여있다. 터를 닦아놓은 곳 분위기는 꼭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절을 완전 해체 시켜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절이 없어졌나?? 누군가 그 아픔을 이렇게 불상으로 대신했나?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하며 사진을 찍는다. 자연돌로 또 다른 돌불상을 재미있게 만들어놨다. 나중에 절을 돌아다니다 보니 통일약사대불이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닦아놓은 터를 못찍었다.

터를 다져놓은 곳을 돌아 내려오니 오래되어 보이는 절집이 보인다. 분위기 쩐다. 무조건 한 컷. 흥국사. 난 처음이다. 흥국사를 내원암으로 착각한 것 같다. 내원암은 아주 예전에 원수락산 유원지 계곡을 따라 올라갔던 기억이다. 다음에 도솔암에서 가는 길을 찾아봐야겠다.

느낌이 좋다. 아주 오래된 집이다. 이 계단으론 다니질 않나보다 풀이 제법 수북하다. 느낌으로 폐허가 된 절같았는데 주차장으로 신도들이 들락거린다.

좀 더 다가가 흥국사 현판을 본다. 절에 대한 안내문을 찾을수가 없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처음에는 신라때 만들어진 절로수락사였다가 선조아버지 덕흥대원군 묘가 옆에 생기며 덕흥사(덕절)-화재후 지금의 흥국사로 불려졌다고 한다. 마을이름도 덕릉.

보기엔 정감어린데 실제 들어가면 걱정이 많을듯 하다.

해우소를 지나 옆쪽으로 차량출입금지라고 쓰인 길로 올라서니 옆으로 범종각이 보인다. 범종각 앞에 세워진 나무 조각이 범상치 않다. 꽤 해학적이다. "범종이란 법고 운판 목어 등과 함께 사찰의 사보(四寶)또는 사물(四物)로 대접받는 의식용 법구이다. 지금도 웬만한 사찰에 가면 범종각안에 오순도순 걸린 그것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 운판은 하늘의 조류중생을, 목어는 수중중생을, 법고는 지상축생을 각각 소리로 제도한다고 한다. 범종 역시 지옥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성물(聖物)로 경배를 받아 왔다. 그러한 이유로 동북아에서는 범종 조성이 조탑, 조불에 못지않은 거룩한 불사로 간주되면서 왕실과 세족을 중심으로 최고의 종을 절에 시납하고자 배부를 쏟아 붓곤 했다." 에밀레종의 비밀-성낙주지음

종에 새겨진 이름에 정신이 팔려 용뉴찍는걸 까먹었다. 또 범종각이 너무 어두웠다. 후레쉬를 썼다.
종각옆에 성모마리아와 같은 불상앞에금불상이 놓여있다.

 

종각옆모습. 고색창연하다. 대빗자루로 종각주변을 잘 쓸어놨다.

대웅전. 햇볕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대청소 날인지 방석 솜과 겉청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여신도로 보이는 아줌마들이 땀을 흘리며 청소를 하는 모습이 눈에 자주 보였다. 하여간에 내가 본 절집 중 대웅전의 겉모습이 이렇게 낡은건 처음이다. 보기는 좋은데 실제 생활하는 스님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계단, 댓돌 하나하나가 너무 옛스럽다.

 

 

대웅전 불상과 광배 그리고 탱화. 화려하다.
대웅전의 지붕과 뒷벽이다. 곧 보수가 들어가야 하지않을까 싶다.
대웅전 옆 출입문쪽에 큰 목탁이 걸려있다.

 

큰 개가 여러마리 있었다.

 

독성전. 산신,칠성각과 비슷한 느낌이다. 독성은 천태산에서 홀로 도를 닦아 깨우쳤다하여 독성, 독수성이라 불린 나반존자를 일컫는다고 한다. 인자하다.

기와에 늠름한 용마루와 '어처구니'들이 낡은 건물을 지키고 있다. (어처구니를 잡상이라고도 한단다. 어처구니는 맷돌 손잡이이기도 하다)

흥국사에서 유명한 건물인가보다. 만월보전.약사불이 모셔져 있는데 기도에 효험이 있다고 입구에 써 있던거 같다.

만월전 약사불. 사진을 찍으려는데 모기들이 얼마나 달려드는지 대충 셧터를 눌렀다.얼굴에 비해 몸이 좀 작은듯 하다. '두유로 굿모닝'이라는 음료통이 놓여있다. 독성전, 단하각에도 있었는데....

 

 

여기저기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신자로 보이는 아저씨가 일하는 아주머니한테 만월전에 대해 묻는 소리가 들린다. 내용은 못들었지만 중요하다는 듯이 얘기를 한다. 해서 몇 장 더 찍어본다. 절에서 육각건물은 흔치 않은것 같다.

좁은 공간안에 여러 건물이 맞물려 있지만 어수선해 보이지 않는다. 지붕이 큼지막 큼지막한게 시원하다.

단하각. 단하천연 선사라는 분을 기리는 불전인가보다. 단하소불(丹霞燒佛)이란 유명한 일화가 전해져 온다.

젊은 시절 단하선사가어느 해 겨울, 혜림사라는 절에 하룻밤 묵게 되었는데, 밤에 얼마나 추웠는지 법당에 가보았더니 목불이 하나 앉아 있었습니다.

단하는 주저하지 않고 목불을 끌어내려 다짜고짜 도끼로 쪼개 군불을 지폈다고 합니다.

이를 본 주지스님이 놀래 뛰어나와 단하를 심하게 나무랐습니다.

『어찌하여 존엄하신 부처님을 훼손 하는가?』 단하는 천연스럽게 『예 다비(茶毘)를 해서 부처님의 사리를 얻고자 함입니다.』 『예끼 이 미친 중아, 어찌 목불에서 사리가 나온단 말이냐?』 그러자 단하가 다시 말했습니다. 『그러면 나는 나무토막을 태운 것이지 부처를 불사른 것은 아니지 않소?』 그리하여 주지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얘기

 

만월전 뒤로 가보니 인형불상이 벌개미취와 어우러져 있다.
주차장을 지나 길을 꺾으니 저아래 일주문이 보인다. 거꾸로 절 탐방을 했다.
일주문에 흥국사 문패가 거의 보이질 않는다. 멋지다. 진정.

일주문이 보이기 시작하자 시끄러운 노래소리가 들린다. 일주문을 지나보니 제법 이름이 난 음식점이 여럿있다. 목향원 등등.. 절은 꽤 고풍스러웠는데 일주문을 나서자마자 깬다. 반대로 일주문을 들어서면 속세와 금세 거리를 두게되나 보다. 덕능마을 집들은 현대식으로 깨끗하게 보이나 분위기는 제법 시골스럽다. 사위질빵이 보여 찍었다. 사위질빵은 장모의 사위사랑이 담겨있는 꽃이다. 연약한 넝쿨을 엮어 사위가 짊어질 지게를 만들어 주었다는.

덕능마을회관. 글씨며 풍기는게 '새마을'이다. 덕릉마을의 집들과 어울리질 않는다.재너머엔 전철도 들어오는데....내원암으로 내려와 버스를 타고 당고개역까지 올 생각이었는데 덕능고개 바로 밑으로 내려오게 되어 난처하다. 만원짜리 한장뿐이어서 수퍼에서 바꿀 심사였는데 예비군훈련장 앞 가게도 없어졌다. 버스를 탈수가 없구나. 차가 엄청다니는 아스팔트 고개를 넘어야한다. 그때 애엄마한테 전화가 온다. 어디냐고 하하하. 현가 당고개 냉면집에서 냉면을 먹었다.